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사고력이 뛰어나다는 말은 익숙합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책을 읽느냐에 따라 뇌에 주는 자극과 사고의 방향은 달라집니다. 소설처럼 서사 중심의 글은 감정 이입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에세이, 논픽션, 인문서처럼 논리적 구조를 가진 글은 분석력과 비판적 사고를 키웁니다. 그렇다면, 소설과 비문학 중 어떤 독서가 사고력에 더 유리할까요? 이 글에서는 두 독서 방식이 사고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뇌 과학과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균형 잡힌 독서 습관이 왜 중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소설은 감정과 상상력을 확장시켜 사고의 ‘폭’을 넓힌다
소설은 이야기다. 이야기는 등장인물과 사건, 갈등과 해결, 감정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독자는 소설 속 세계를 따라가며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인물들의 심리와 결정에 감정을 이입한다. 이런 과정은 사고력 중에서도 감정 기반 사고, 상상력 기반 사고를 크게 확장시킨다. 즉, 논리적인 분석보다는 “만약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이 인물의 선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처럼 가정과 공감의 사고 과정을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문학 작품을 읽는 동안 뇌의 감정 처리 영역인 편도체, 그리고 상상력과 시각화를 담당하는 후두엽과 전두엽 부위가 활발히 작동한다. 특히 소설 속 상황에 감정이입하며 상상할 때, 뇌는 실제 경험과 유사한 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가상 경험이 실제 사고 훈련으로 이어지는 신경적 근거를 보여준다.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상상하고,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며, 현실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이 강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소설은 ‘열린 결말’이나 ‘의도적인 여백’을 통해 독자의 사고를 자극한다. 명확한 정답 대신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는 구조는 독자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만들며, 이는 사고의 독립성을 키운다. 누구도 해석을 대신해주지 않기에, 독자는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을 해석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고의 유연성과 감정적 직관력이 향상된다.
즉, 소설 읽기는 논리적 사고보다는 인간 이해, 사회적 맥락, 감정적 판단을 통해 현실을 유연하게 바라보는 힘을 길러준다. 사회생활, 인간관계, 협상과 같은 복합적인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고력이다. 따라서 “소설은 감성 중심이라 비효율적”이라는 오해는 오히려 사고력의 한 축을 간과하는 셈이다.
비문학 독서는 구조화된 논리 사고력을 강화시킨다
비문학은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이다. 철학, 경제, 과학, 심리, 사회, 자기계발 등 주제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명확한 주장, 근거, 사례, 논리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글을 읽는 과정은 문장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전체 구조를 파악하며, 핵심 메시지를 추출하는 사고 활동을 수반한다. 따라서 비문학 독서는 분석력, 이해력, 비판적 사고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독서다.
텍스트에서 중요한 문장을 찾고, 주제를 정리하고, 저자의 논점을 파악하며, 이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정립하는 모든 과정은 사고력을 ‘깊이’ 있게 확장시킨다. 비문학 글은 구체적인 주장을 전달하기 때문에, 독자는 그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반론을 생각하면서 글을 읽는다. 이 과정은 비판적 사고의 핵심이기도 하다. 단순히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두고 “정말 그럴까?”, “다른 해석은 없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자라난다.
비문학 독서 시에는 특히 전전두엽이 활발히 작용하는데, 이 영역은 추론, 계획, 판단, 문제 해결을 담당한다. 또한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반복해서 비문학 독서를 할수록 복잡한 개념을 구조화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고등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험, 업무 보고서 작성, 전략 수립 등에서 비문학 독서 경험이 많은 사람이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인지적 구조 덕분이다.
하지만 비문학 독서만을 할 경우, 사고력이 지나치게 논리 중심으로 편향될 수 있다. 이는 감정적 유연성, 창의적 상상력, 공감 능력 등 사회적 지능과 관련된 사고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비문학 독서의 효과는 강력하지만, 장르적 편중은 사고력의 균형을 해칠 수 있음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독서 방식은 사고력의 방향이 다를 뿐, 모두 필수다
소설과 비문학 독서는 각각 사고력의 ‘폭’과 ‘깊이’를 키워준다. 소설은 감정, 상상력, 공감, 다양성, 시야 확장에 강하고, 비문학은 논리, 분석, 비판, 요약, 구조화에 강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균형 있게 병행할 때 사고력은 가장 강력하게 확장된다.
실제로 창의성과 분석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리더나 창작자는 두 독서 방식 모두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나 철학자는 문학을 통해 인간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 논픽션을 통해 개념적 사고를 정제한다. 학생의 경우에도 문학 독서와 인문사회 독서를 함께할 때, 언어 감각과 논리 구성이 동시에 강화된다. 기업의 인재 교육에서도 최근에는 소설을 통한 ‘감성 훈련’과 비문학을 통한 ‘비판적 사고 훈련’을 병행하는 추세다.
문해력 교육에서도 이 같은 균형은 중요하다. 한 가지 독서만 반복하면 특정 사고 회로만 발달하고, 다른 영역은 정체될 수 있다. 다양한 책을 읽되, 그 목적과 효과를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방향을 조절해 나가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뉴스, 짧은 글,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정제된 글을 깊게 읽는 훈련이 더더욱 중요해졌다.
소설이든 비문학이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읽느냐’입니다. 무비판적으로 내용을 따라가기만 하는 읽기는 아무리 좋은 책도 사고력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평범한 책이라도 스스로 질문하고, 맥락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인다면 그 순간부터 사고는 자라기 시작합니다. 소설은 나를 다른 사람의 삶으로 이끌고, 비문학은 나의 관점을 정리하게 합니다. 둘 다 사고의 확장을 위한 필수 도구입니다.
책을 선택할 때 “더 유익한 책”을 찾기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사고 자극이 무엇인가”를 먼저 질문해 보세요. 그리고 그에 맞는 독서를 실천하는 것이 진짜 사고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책의 종류보다 중요한 건, 그 책을 통해 당신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느끼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