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한국 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지식 습득에 머무르지 않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 환경 속에서 교육은 ‘창의력’을 가장 핵심적인 역량으로 삼고 있으며, 창의력을 길러주는 구체적인 교육 전략으로 ‘독서’가 재조명되고 있다.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타인의 생각을 해석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다시 구성하는 고차원적 사고 과정이다. 이 글에서는 창의력 중심 교육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러한 교육 패러다임 속에서 독서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이론과 현장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심층 분석한다.

창의력 중심 교육의 이론과 정책 변화
창의력은 더 이상 예술이나 특정 분야에서만 요구되는 역량이 아니다. 21세기 교육이 지향하는 방향은 학생들이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복잡한 문제 상황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틀을 깨는 사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의력은 여러 분야의 지식을 통합하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기존 질서와 충돌하거나 재구성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한국 교육부는 2025년 국가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였으며, 그 구현 수단 중 하나로 교과 간 경계를 허물고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는 독서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심리학자 길포드(Guilford)는 창의력을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로 정의하며, 이는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독서 활동은 이러한 확산적 사고를 자극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고, 인물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히 정답을 찾는 훈련이 아닌,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고 지식을 창조하는 훈련이 된다. 또한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서도 언어지능과 내성지능, 심지어 공간지능까지 다양한 독서 활동을 통해 발달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독서가 특정 학습 영역을 넘어서 인간 전체를 성장시키는 기반임을 보여준다.
2025 교육과정에서는 이런 이론적 기반을 실제 정책으로 반영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력’은 모든 교과에서 평가 요소로 포함되었으며, 특히 국어, 사회, 과학 등 탐구 중심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직접 책을 읽고, 주제를 설정해 글을 쓰거나 토론하는 수업이 제도화되었다. 교육부는 ‘교과연계 독서활동 강화 방안’을 통해, 매 학기 최소 2권 이상의 교과 관련 도서를 수업 시간 내에 읽고 이를 토대로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과학 수업에서는 환경 관련 서적을 읽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술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국어 수업에서는 문학 작품을 읽고 인물의 관점에서 에세이를 작성하는 식의 수업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교과 내에서 독서가 독립된 활동이 아니라, 창의적 표현과 사고의 도구로 완전히 융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독서가 창의성을 자극하는 실제 과정
독서는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가 아니다. 한 권의 책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상상과 사고를 가능하게 하며, 독자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 특히 이야기 중심의 서사 구조는 창의적 상상을 자극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야기는 등장인물, 갈등, 전환, 해결 등 다양한 플롯 구조를 통해 독자가 ‘만약 나였다면’이라는 가정적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훈련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연속성과 깊이를 만들어낸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1984』라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고, 학생들에게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 사회를 설계해보는 과제를 부여하였다. 학생들은 감시 사회, 정보 통제, 자유와 권리에 대해 고민하며 도시 구조, 법률 체계, 직업군 등을 설정했고, 발표에서는 각자 독창적인 시나리오를 공유했다. 이는 창의력이 단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논리적 상상력과 근거 있는 재구성 능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비문학 독서 역시 창의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큐멘터리적 서사, 과학 에세이, 철학적 에세이 등은 독자에게 복잡한 개념과 사회적 이슈를 던져주고, 독자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구성하거나 반대 관점을 탐색하게 된다. 이러한 텍스트는 학생들이 기존 사고 틀을 의심하고, 새로운 시각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게 만드는 자극이 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의 윤리』라는 책을 읽은 후, 대전의 한 고등학교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논제를 던지고 찬반 토론을 시켰다. 학생들은 책 속 사례를 근거로 삼아 사회적 책임, 경제 구조, 인간의 감정 등을 다양하게 분석하며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었다. 이처럼 독서는 독자의 언어, 논리, 감정, 그리고 상상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사고 훈련이며, 이는 창의력 개발의 핵심이다.
더불어 창의력은 단지 개인의 내적 사고에서 끝나지 않고,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현될 수 있다. 독서 후 토론이나 글쓰기, 프로젝트 활동은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생각을 더 정제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매주 독서 토론 수업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주제 도서를 읽은 후 찬반 그룹으로 나뉘어 토의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단지 책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집단 속에서 새로운 결론을 도출한다. 이는 협업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실제 훈련으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복합 역량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도록 해준다.
학교 현장의 변화와 창의적 독서 환경 조성
창의력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은 학교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독서 중심 교육은 더 이상 국어과 내 한정된 활동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학교가 독서를 전 교과와 융합하고 있으며, 독서 활동의 결과물을 평가 요소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수업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경기도의 P고등학교는 ‘융합 독서 탐구반’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하나의 주제를 정해 관련 도서를 자율적으로 선정하고, 그 주제를 바탕으로 에세이, 영상, 토론 발표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주제로 선정한 한 그룹은 『침묵의 봄』, 『2050 거주불능 지구』 등을 읽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실제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까지 연결하였다. 이 과정은 독서를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닌 창의적 실천으로 확장시키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에서도 창의력 중심 독서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인천의 A초등학교는 교과 수업과 별도로 ‘창의 독서 워크숍’을 매월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그림책, 역사책, 과학책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연극, 만들기, 작문 등으로 확장 활동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라는 책을 읽은 후, 학생들은 자신의 ‘마법 약’을 상상해 포장지와 광고 문구를 디자인하고, 짧은 연기를 통해 발표하였다. 이처럼 창의력은 반드시 고학년이나 고등 수준의 학습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어릴수록 책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수록 더 크게 자랄 수 있다.
입시 측면에서도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대학은 단편적인 스펙보다 학생의 사고력, 탐구력, 표현력을 더 중시하고 있으며, 그 출발점이 되는 것이 독서 활동이다. 2025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독서 활동의 질적 내용이 평가 요소로 명시되었고, 일부 대학은 자소서에서 특정 독서 경험을 토대로 지원 동기를 서술하게 하기도 한다. 이는 창의력 중심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하나의 신호로, 독서가 곧 학생의 지적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했고, 그것이 자신의 삶이나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창의적 사고가 내면화된 학생만이 가능하다.
창의력 중심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식은 AI가 대신할 수 있지만, 창의적인 사고, 새로운 관점,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힘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며, 그 출발점은 독서다. 책은 사고의 자극제이며, 독서는 세상을 다시 구성하는 힘이다. 2025년 한국 교육이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은 곧 ‘사고의 주체로서 학생’을 세우겠다는 의지이며, 독서는 그 과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다. 독서 없는 창의력은 이론일 뿐이며, 창의력 없는 독서는 반복에 불과하다. 두 요소가 결합될 때 비로소 교육은 진짜 변화하고, 학생은 지식을 넘어 삶을 배우게 된다. 교육의 본질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면, 독서는 언제나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