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독서활동은 단순한 개인 취미나 과제로서의 독서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배움과 자기표현의 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학교 안팎에서 자율적으로 조직된 청소년 독서동아리는 독서교육의 대안이자 확장형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학생의 자율성, 비판적 사고력, 협업 역량을 기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본문에서는 독서동아리의 교육적 가치와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전략, 실제 현장의 우수 사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하고 자율적인 청소년 독서동아리의 방향을 정리한다.

독서동아리의 교육적 가치와 2025년 변화 흐름
독서동아리는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며 지식과 감정을 나누는 활동이다. 전통적인 학교 독서교육이 교사 주도 아래 진행되는 반면, 동아리는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도서를 선택하며 활동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자율성과 책임감을 함께 요구하는 구조다. 이러한 특성은 2025년 교육과정 개편이 강조하는 자기주도 학습, 융합적 사고, 소통 중심의 역량 교육과 맞닿아 있으며, 독서동아리는 이 모든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로 기능한다.
특히 독서동아리는 독서를 ‘과정 중심 학습’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책 한 권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 발표, 창작, 캠페인 등 다양한 확장 활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단순한 독후활동을 넘어 삶과 학습을 연결하는 실천적 교육 활동이 될 수 있다. 또한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기술(Social Skill) 형성에도 크게 기여한다.
2025년 현재, 전국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는 청소년 독서동아리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각급 학교에서도 교내 동아리 외에 지역 도서관, 청소년센터, 공공기관 등이 주관하는 ‘지역 연계 독서동아리’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독서활동을 평가 중심에서 벗어나 문화적·사회적 가치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으며, 향후 진로 교육, 시민 교육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한 디지털 기반 독서환경의 확산도 동아리 운영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책 기반의 온라인 독서토론, 북튜버 활동, 북 인플루언서 프로젝트, 북큐레이션 SNS 공유 등은 청소년의 관심사와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독서문화로 주목받고 있으며, 청소년 독서동아리가 미래형 독서교육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가능하게 만든다.
실제 운영 사례를 통해 본 성공 요소
서울 강남구의 A고등학교는 2023년부터 학생 자율 동아리로 ‘책의 바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동아리는 매월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구성원 각자가 도서를 선정하여 읽은 후, 월말에 모여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를 주제로는 『2050 거주불능 지구』, 『기후정의』 등을 읽었고, ‘여성과 사회’를 주제로는 『82년생 김지영』, 『딸에 대하여』를 읽었다. 학생들은 책의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사회적 맥락과 연결된 질문을 스스로 만들며 토론을 진행했고, 토론 내용을 기록해 학급과 학교 게시판에 공유했다.
이 동아리는 별도 교사가 지도하지 않았지만, 자율적인 운영 규칙과 모임 구조가 잘 정착되면서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 무엇보다 구성원 간 역할 분담과 리더십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으며, 회장, 기록자, 주제 기획자, 홍보 담당 등 실제 사회조직과 유사한 구조를 통해 협업과 책임감을 배울 수 있었다. 활동 보고서는 학생부에 반영되었고, 대입 자기소개서에도 주요 활동으로 활용되면서 동기부여 또한 충분했다.
충북 제천시의 B중학교는 교사와 지역 도서관이 협업한 ‘마을 독서동아리’로 독특한 운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학교에서는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학생이 주도하는 독서모임을 구성하고, 제천시립도서관과 연계하여 격주로 도서관에서 활동을 진행했다. 도서관 사서는 주제에 맞는 책을 큐레이션해 제공했고, 학생들은 책을 읽고 나서 비주얼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사회 이슈와 연계된 실천 활동을 기획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지구』를 읽고 지역 환경정화 캠페인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했으며, 『탈코일기』를 읽고는 또래 성평등 교육 캠페인을 교내에서 진행했다.
이처럼 책을 읽고 사회적 행동으로 확장하는 활동은 독서동아리를 ‘읽기의 장’을 넘어 ‘삶의 변화 촉진 도구’로 전환시켰다. B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면서 삶과 배움이 연결된다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고 말했다. 이 활동은 학생 만족도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의 평가에서도 높은 반응을 얻었고, 이후 타 학교로도 확산되었다.
부산의 C여고는 독서동아리를 예술 활동과 융합한 사례로 주목된다. 이 동아리는 책 한 권을 읽은 후, 그 내용을 연극,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예술 매체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동물농장』을 읽고는 전체주의 사회의 구조를 풍자한 퍼포먼스를 기획했고, 『페스트』를 읽은 후에는 현대 팬데믹 사회와 연결한 다큐멘터리 연극을 제작했다. 활동은 학기 말 ‘책공연 페스티벌’로 마무리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책을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예술적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독서를 확장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사례는 예술고가 아닌 일반고등학교에서도 독서활동이 충분히 창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교과 간 융합교육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수동적 독서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활동 중심의 책읽기는 흥미와 몰입을 동시에 제공하며,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독서동아리 운영을 위한 실천 전략과 유의점
성공적인 청소년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 전략과 유의점이 있다. 첫째, 주제 중심 운영이 핵심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보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훨씬 더 깊이 있는 사고를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기술과 윤리’, ‘청소년의 권리’, ‘환경과 삶’, ‘소수자와 사회’ 같은 주제는 학생의 관심과 사회적 이슈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둘째, 역할 분담과 규칙 설정이 필요하다. 자율적인 활동일수록 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구성원 간의 역할이 분명해야 하며, 규칙이 명확해야 한다. 동아리장, 토론 리더, 정리자, 홍보 담당 등의 역할을 분담하면 책임감이 형성되고, 활동의 연속성과 성과가 보장된다. 특히 구성원 교체 시에도 운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본 운영 매뉴얼을 작성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기록과 공유를 일상화해야 한다. 독서노트, 활동일지, 발표자료, 포스터 등은 단순한 활동기록이 아니라, 독서활동의 결과물이며 성장의 지표다. 이를 블로그, 학교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외부에 공유함으로써 활동의 자부심과 외부 평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입시 활용도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독서동아리 활동을 자기소개서, 면접 사례로 활용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생활기록부에 관련 내용을 명확히 기재할 수 있다.
넷째, 확장 활동과 연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독후토론을 넘어서 책 공연, 북큐레이션 전시, 작가 초청 강연, 책과 관련된 캠페인 등은 활동의 의미와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또한 지역 도서관, 서점, 문화재단, 청소년기관과 협력하여 외부 지원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독서동아리의 지속성과 다양성 확보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역할은 ‘조력자’에 머물러야 한다. 과도한 개입은 자율성을 저해하며, 학생 중심의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 다만, 초기 기획과 리더십 훈련, 예산·공간 확보, 외부 지원 연계 등은 교사가 지원자로서 반드시 챙겨야 할 영역이다. 교사가 시스템을 만들어주되, 운영은 학생이 하도록 하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다.
청소년 독서동아리는 단지 책을 읽는 모임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고 표현하며 성장하는 삶의 과정이다. 2025년 교육이 강조하는 핵심 역량, 즉 자기주도성, 비판적 사고, 협업, 창의성은 모두 동아리형 독서활동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자율적 구조, 주제 중심 기획, 협업과 역할 분담, 외부 연계, 기록 공유 등의 전략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의 주인 의식이다. 독서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활동이며, 독서동아리는 그 가장 효과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 이제 독서동아리는 학교 밖 활동이 아니라, 교육의 본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