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한 순간부터 진짜 준비가 시작됩니다. 퇴사 전 3개월은 단순한 대기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전략적인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퇴사 이후의 안정감, 커리어 연속성, 심리 회복력이 전부 달라집니다. 퇴사 전 3개월간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재정, 경력, 심리 세 가지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재정 정비: 수입이 끊겨도 버틸 수 있는 구조 만들기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돈’입니다. 퇴사 직후 가장 먼저 멈추는 것이 월급이고, 그다음으로 닥쳐오는 것은 고정비 지출입니다. 월세, 식비, 보험료, 통신비, 교통비 등은 수입이 없어도 계속 빠져나갑니다. 따라서 퇴사 전 3개월 동안 반드시 해야 할 첫 번째 작업은 ‘지출 구조 점검 및 현금 유동성 확보’입니다.
우선 지난 3~6개월간의 카드 내역과 계좌 이체 데이터를 분석하세요. 고정지출(주거비, 보험료 등), 변동지출(외식비, 쇼핑 등), 불필요한 자동결제(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온라인 강의 등)를 항목별로 분류하고 줄일 수 있는 항목은 과감히 정리합니다. 이 작업만으로도 매달 수십만 원이 절약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최소 6개월~최대 1년치의 생활비를 유동성 자산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유동성 자산이란, 필요할 때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CMA통장, 파킹통장, 단기 예금은 유동성이 높은 반면, 부동산이나 주식, 장기펀드는 유동성이 낮습니다. 실제 사례로,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기준 최소 생활비는 월 130만 원 수준으로, 6개월을 기준으로 하면 약 800만 원이 필요합니다.
신용 관리도 중요합니다. 퇴사 직후 신용카드 결제일을 놓치면 바로 연체로 기록되며, 이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고금리 대출은 퇴사 전에 상환하거나 최소화해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 신용카드 한도를 줄이고, 자동이체 등록 상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4대 보험 처리도 체크해야 합니다. 퇴사 후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며 보험료가 크게 인상될 수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경감 신청을 하면 상황에 따라 최대 50%까지 보험료를 줄일 수 있으며, 실업급여 신청을 위한 고용보험 확인서 및 이직확인서도 퇴사 전 확보해야 합니다. 이 모든 작업은 퇴사 이후가 아닌, 퇴사 전에 미리 마쳐야 혼란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경력 포장: 이력서만 쓰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이력서 한 장으로 자신을 설명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퇴사 후 진로가 이직이든 프리랜서든 창업이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브랜딩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퇴사 전 3개월 동안 다음의 작업을 반드시 진행해야 합니다.
첫째,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 정리입니다. 최근 프로젝트 경험, 수치 기반의 성과, 업무에 사용한 툴, 기여도 등을 한 눈에 보이게 정리합니다. 예: “광고 예산 500만 원으로 CTR 3.2% → 5.7% 향상” 같은 수치 중심의 설명은 강력한 인상을 줍니다. 기여도가 명확히 드러나야 채용 담당자나 외부 파트너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둘째, 디지털 프로필 세팅입니다. 링크드인, 리멤버, 노션 등을 활용해 나만의 커리어 페이지를 만드세요. 자신을 소개하는 헤드라인, 핵심 프로젝트, 수상 이력, 미디어 노출 사례 등은 나를 ‘브랜드화’하는 핵심 도구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브런치, 블로그, SNS 계정도 함께 정비하면, 콘텐츠 생산 기반도 동시에 갖출 수 있습니다.
셋째,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 또는 시작입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직무라면 작은 브랜드 계정을 만들어 콘텐츠를 운영해보거나, IT 직군이라면 깃허브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업로드하는 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포트폴리오 사이트 링크를 제출해주세요”를 기본 요구사항으로 넣고 있습니다.
넷째, 단기 실무 역량 강화입니다. 3개월이면 실무 교육 하나쯤은 수강하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예: UX디자인 기초, 데이터 분석(Python, Excel), 영상편집(프리미어 프로), 노션으로 문서 관리 등. 이 모든 경험은 이력서에 한 줄로 기록되지만, ‘준비된 사람’이라는 강한 인상을 줍니다.
퇴사 전 직장에서의 마무리도 중요합니다. 정중한 인수인계, 협업 문서 정리, 동료에게 감사 인사 남기기 등은 이후 추천서 요청이나 협업 기회에서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퇴사 전 3개월은 단순히 이직 준비가 아니라, 평생 사용할 나의 커리어를 브랜딩하는 골든타임입니다.
심리 정리: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 만들기
경제적 준비와 커리어 정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퇴사자들이 가장 크게 고통받는 부분은 감정의 공백과 자존감 하락입니다.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과 존재감을 확인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퇴사 전 3개월 동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심리적 준비는 ‘감정의 정리’입니다. 왜 퇴사를 결심했는지를 일기로 기록해보세요. 단순히 “힘들어서”가 아니라, “나는 어떤 환경에서 몰입하며,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답을 작성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치, 우선순위, 일에 대한 정의를 되짚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퇴사 후 우울증, 무기력감, 자기 부정 등을 피하려면 ‘새로운 일상 루틴’을 미리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 오전 7시 기상 → 뉴스 요약 읽기 → 운동 → 포트폴리오 작업 → 온라인 학습 → 산책. 이렇게 주간/월간 루틴을 미리 구성하고 연습해보면 퇴사 후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심리적 외로움도 중요합니다. 퇴사 후 주변과 단절되는 느낌이 들면 무기력해지기 쉽습니다. 이직 커뮤니티, 퇴준생 모임, 오프라인 클래스 등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세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 회복력은 급격히 상승합니다.
또한, 퇴사 후 예상되는 감정 시나리오를 적어보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불안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출이 계획보다 빨리 줄어들면?” 등의 상황별 대응책을 글로 써보면,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준비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퇴사는 단순히 회사를 떠나는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과 방향을 가지고 퇴사할 때, 그 결정은 더 이상 도피가 아니라 성장의 출발점이 됩니다.
퇴사 전 3개월은 단순한 준비 기간이 아닙니다. 인생의 방향을 리셋하고 재정비할 수 있는 ‘변곡점’입니다. 이 시기를 재정, 경력, 심리라는 세 가지 축으로 전략적으로 준비한다면 퇴사 후의 삶은 훨씬 안정되고 의미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생각을 멈추고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감정으로 퇴사하지 말고, 전략으로 새출발을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