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자유’의 시작이라 여깁니다. 나만의 시간, 눈치 보지 않는 삶,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여유. 하지만 퇴사 후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자유가 주는 책임과 현실적인 압박이 점점 다가옵니다. 이 글에서는 퇴사 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겪은 일상 변화, 수입 관리의 어려움, 인간관계의 변화를 솔직하게 기록하며,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현실적인 인사이트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일상 변화 – 자유는 루틴이 있을 때만 의미 있다
퇴사를 결정할 때만 해도, 가장 기대했던 건 '시간의 자유'였습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퇴사 후 첫 한 달 동안은, 정말 그 자유로움에 취해 있었습니다. 늦잠을 자고, 브런치를 즐기고, 혼자 영화관에 가고, 낮에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퇴사 후의 일상은 점점 혼란스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정해진 스케줄이 없고, 해야 할 일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특히 오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니, 오후와 저녁도 흐지부지 끝나는 날이 많았고, 그럴수록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자책감이 커졌습니다. 자유에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사 2개월 차부터 루틴을 강제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7시에 기상해 1시간 독서, 30분 운동, 9시부터는 개인 프로젝트 작업을 시작했고, 오후엔 학습 또는 콘텐츠 제작, 저녁에는 가벼운 취미나 산책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을 반복했습니다. 이 루틴을 2주 정도만 지키자 정신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고, ‘내가 퇴사했어도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는 자존감이 다시 생겼습니다.
퇴사를 앞두고 있다면, “퇴사 후 하루 일과표”를 미리 그려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어떤 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꾸준히 배우고 싶은지를 스스로 설계해보세요. 자유는 방치된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질서 속에서만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수입 현실 – ‘돈’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감정이다
퇴사 전 저는 6개월치 생활비로 약 1,500만 원 정도를 준비했습니다. 월세와 고정 지출을 고려하면 넉넉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거라 판단했죠. 그리고 퇴사 후 2~3개월이 지나면 블로그 수익, 프리랜서 외주, 소규모 강의 등으로 수입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퇴사 후 마주한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지자, 소비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간단한 점심 한 끼, 책 한 권을 사는 것조차 망설이게 되었고,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가 마치 손실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18만 원은 예상치 못한 큰 부담이었습니다.
게다가 수입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매일 올려도 트래픽은 적고, 애드센스 수입은 한 달 1만 원 수준. 외주를 수주하려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플랫폼에 등록했지만 수요는 적고 단가는 낮았습니다. 결국 퇴사 4개월 차에 단기 계약직 제안을 수락했고, 주 3일 일하면서 겨우 월 80만 원 정도의 수입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느꼈습니다. ‘돈’은 단지 살아가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지탱해주는 감정적인 기반이라는 사실을요. 수입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무기력해지는 가장 빠른 통로였습니다. ‘난 지금 이 세상에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감정이 자존감마저 갉아먹었습니다.
그래서 퇴사를 준비 중인 분들이라면, 예산 계획 외에도 반드시 퇴사 후 수입 회복 플랜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합니다. 단순히 돈을 모아두는 게 아니라, 퇴사 전부터 작게라도 수익화를 경험해보며 훈련해두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수입이 없더라도 심리적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재정 계획과 함께 멘탈 플랜도 준비해야 합니다.
인간관계 – 퇴사 후 진짜 사람이 남는다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더 ‘회사 중심’이었습니다. 매일 점심을 같이 먹던 동료, 프로젝트를 함께 하던 팀원들과는 퇴사 후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소식조차 궁금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회사라는 틀을 벗어나자 관계는 유지보다 소멸에 가까웠습니다.
이전에는 퇴사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창업 커뮤니티, 독립 출판 모임, 퇴사자 스터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현실은, 퇴사 후 관계를 확장하기보다는 기존 관계를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남은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는 선배, 나의 불안한 상태를 ‘불쌍함’이 아닌 ‘가능성’으로 봐준 사람들. 이들은 직장이라는 틀이 없어도 나를 인간으로 인정해주는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가 내 정신 건강의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또한 퇴사 후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의 깊이를 가졌습니다. 회사라는 공통분모가 아닌, 삶의 가치관, 태도, 목표로 연결된 관계는 말 수가 적더라도 훨씬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점점 관계의 ‘양’보다 ‘질’에 집중하게 되었고, 사람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결국 퇴사 후 인간관계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정제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더 단단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고, 동시에 누구와의 관계는 끊어도 괜찮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당신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인간관계도 함께 정리하고 설계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외로움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더 진짜 사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퇴사 후 6개월, 그 시간은 단순히 회사 밖의 삶을 경험하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나는 그 시간 동안 삶을 재설계하는 법, 돈이 주는 감정적 안정, 사람과의 연결 방식을 다시 배웠습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의 시작입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써내려가는 그 첫 페이지가 바로 퇴사 후 6개월이었습니다. 당신이 지금 그 선택 앞에 서 있다면, 준비도 중요하지만 “살아낼 수 있는 내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