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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독서교육 정책의 한계와 2025 개선 방향 제안

by 트립트랩 2025. 10. 30.

2025년 현재, 한국 교육에서 독서교육은 전인교육의 핵심 전략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의 적용은 정책의 취지와 달리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다. 독서교육은 문해력 향상, 사고력 증진, 인성 함양 등 다양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지만, 교사 배치, 시간 확보, 평가 체계 등 제도적 측면에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본문에서는 학교 독서교육 정책이 가지는 본질적인 한계와 그로 인한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과 실천 방안을 정책, 이론, 사례 중심으로 제안한다.

 

학교 독서 관련 사진

독서교육 정책의 구조적 한계와 실행상의 문제

독서교육은 오랫동안 교육의 부가 활동 혹은 국어 교과의 부속 기능처럼 인식되어 왔다. 2025년 현재에도 이러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독서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천명하고 있으나, 정책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한계는 전담 인력 부족이다. 초중고 학교 대부분은 독서교육을 담당할 사서교사 혹은 독서 전문교사가 부재하며, 이 역할을 담임교사 또는 국어교사가 겸임하는 구조다. 이는 교사 개인의 전문성과 업무 여건에 따라 독서교육의 질과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문제를 낳는다. 특히 사서교사 미배치 학교의 경우, 도서관 운영 자체가 제한되며, 독서활동은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다.

두 번째는 독서 시간 확보의 어려움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중·고등학교에서는 비교과 활동 시간 또는 국어 교과 수업 중 일부를 할애하여 독서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나, 실제 수업 시수와 교육과정 운영상 독서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입시 중심 교육환경에서는 독서활동이 ‘수능과 직접 관련 없는 활동’으로 인식되면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2025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핵심 역량 중심 교육과 독서교육의 방향은 일치하지만, 현실의 수업은 여전히 ‘문제풀이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독서는 선택적 활동으로 밀려나고 있다.

세 번째는 평가체계 부재다. 독서교육은 본질적으로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영역이며,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독서활동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학생이 책을 읽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고를 확장했는지를 측정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서활동은 ‘독후감 작성’이나 ‘독서 퀴즈’ 정도로 단순화되고 있다. 이는 독서의 본질적인 가치인 사고력, 표현력, 정서 함양을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으며, 결과적으로 독서교육이 학습자로 하여금 ‘의미 있는 경험’으로 인식되지 못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학교 도서관 인프라의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다. 교육청의 예산 편성 기준상 학교 도서관은 ‘의무시설’이지만, 지역별·학교급별 예산 격차로 인해 도서관의 시설 수준, 자료 보유 현황, 운영 방식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최신 도서가 거의 비치되지 않거나, 공간 자체가 노후화되어 활용도가 낮은 경우도 많다. 이는 독서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몰입을 저해하며, 독서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현재의 독서교육 정책은 실질적 운영의 자율성, 인프라, 인력, 평가, 시간 확보 등 여러 측면에서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해 있다.

현장 교사와 학생이 겪는 실제 문제와 제약 사례

학교 현장에서 독서교육은 많은 교사에게 ‘추가 업무’로 인식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국어교사는 “독서교육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간 배정이나 협력 인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시험 대비 수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어 교과 수업은 문법, 문학, 작문 등 수능과 직접 연결되는 영역에 집중되며, 독서교육은 성취기준 외 활동으로 간주되어 수업에서 제외되거나 짧은 단위로만 운영된다. 이는 교사의 교육철학과 관계없이 제도와 구조의 문제라는 점에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학생의 입장에서도 독서교육은 ‘의무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의 한 2학년 학생은 “한 달에 한 권을 정해서 독후감을 쓰는 활동이 있는데, 솔직히 책은 안 읽고 인터넷 요약을 보고 쓴다”고 말한다. 이처럼 독서활동이 ‘해야 할 일’로 전락하게 되면, 학생은 책을 정보로 소비할 뿐, 그 안에서 생각하고 질문하고 표현하는 활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더욱이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시간의 압박 속에서 읽지 않아도 되는 활동은 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독서교육은 입시 체제와의 긴밀한 연계 설계가 필요하다.

초등학교의 경우 비교적 독서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교사의 역량과 관심도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일부 교사는 매주 독서일지를 작성하게 하고 독서토론을 운영하지만, 다른 교사는 독서시간을 단순한 자율 독서로만 운영해 실질적 사고 훈련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는 독서교육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 확보와 수업 설계 능력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교육은 단순히 책을 읽히는 일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표현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수업 설계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교사 연수와 공동체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 도서관의 활용도 역시 교사와 학생의 접근성에 따라 좌우된다. 전남의 한 농산어촌 초등학교에서는 도서관이 별관에 위치해 있으며, 상시 개방되지 않아 학생들이 자유롭게 책을 대출하거나 열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공간 자체가 학습과 분리된 구조에서는 독서가 수업과 연결되기 어렵고, 책은 곧 비일상적인 물건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도서관은 독서교육의 중심 공간이어야 하며, 운영 방식 자체가 학습과 연계된 시스템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는 학교 독서교육이 교사 개인의 노력과 철학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교육정책은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모든 학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독서교육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단순히 ‘읽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학생이 읽고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학습 설계 기반 독서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5 이후 독서교육 정책 개선 방향과 실천 전략

독서교육의 개선은 단지 프로그램 몇 가지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첫째, 전담 인력 확충과 독서교육 교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사서교사 배치는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로 전환되어야 하며, 더불어 독서교육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별도로 양성하거나, 기존 교사에게 연수를 통해 전문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독서교육 인증교사제’를 도입해 일정 기준을 충족한 교사에게 독서 수업 시수나 평가 가중치를 부여하면 자발적 참여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교과와 연계된 독서교육 평가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국어를 포함한 전 교과에서 독서활동이 핵심역량 평가 항목으로 포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독서 기반 수업의 구체적 예시와 평가 방법을 삽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과학 교과에서는 과학 관련 도서 읽기 후 실험 설계 활동을 평가하거나, 사회 교과에서는 시사 도서 읽기 후 정책 제안 활동을 과제화하는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는 독서가 교과 내 학습으로서 정당성을 갖게 하고, 교사들이 독서활동을 수업에 포함시키는 데 심리적·제도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셋째, 학교 도서관을 학습 중심 공간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단지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수업이 이루어지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학생과 교사가 협업하는 열린 학습 공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공간 구조의 혁신뿐 아니라, 운영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상시 개방, 자율 이용, 교과 수업과 연계한 큐레이션 도서 구성, 디지털 콘텐츠 접근 등 학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설계가 중요하다. 학교도서관 전담 운영 매뉴얼을 교육청 차원에서 표준화하고, 시설 개보수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것도 정책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넷째, 학생 주도 독서활동과 학교 독서공동체 활성화가 필요하다. 독서토론 동아리, 창작 글쓰기 모임, 책 만들기 프로젝트 등 학생이 주도적으로 책을 선택하고 활동을 기획할 수 있는 자율 공간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독서의 내면화가 가능해진다. 또한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학교 독서공동체’가 구성되면, 독서는 수업을 넘어 생활문화로 확장될 수 있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독서교육 지원단, 지역 작가와의 연계 시스템, 독서 행사 운영비 지원 등을 통해 학교가 독립적으로 독서문화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2025년 이후 학교 독서교육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전환이 절실하다. 정책은 더 이상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 실행력을 갖춘 구조적 지원으로 나아가야 하며, 그 중심에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현장을 이해하는 정책 설계가 있어야 한다. 독서는 단지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고 자기 삶을 설계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며, 이는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목표다. 학교는 그 과정이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며, 독서교육은 학교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제도와 철학, 사람과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진짜 독서교육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