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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독서교육 방식 비교 및 시사점 (2025 기준)

by 트립트랩 2025. 11. 4.

2025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문해력 저하 현상이 심각한 교육 문제로 대두되면서 각국은 독서교육을 통한 기초 학력 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유사한 교육문화와 사회구조를 공유하면서도, 독서교육의 방향성과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비교 분석의 가치가 크다. 본문에서는 두 나라의 독서교육 정책, 현장 실행 방식, 교사의 역할과 학생 반응 등을 이론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심층 비교하고, 한국 독서교육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한국 일본 독서교육 방식 비교 관련 사진

독서교육의 정책적 기반과 운영 철학의 차이

한국의 독서교육 정책은 교육부 주도로 주요 교육과정 개정 시기에 맞춰 간헐적으로 강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 교육의 일환으로 독서교육이 강조되었고, 202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창의융합 역량과 사고력 신장을 위한 독서 중심 수업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독서교육이 국어과 중심으로 제한되며, 평가 및 행정 구조 내에 독서가 뿌리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독서교육을 단순한 교육방법이 아닌, 아동·청소년의 ‘인격 형성’의 도구로 인식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01년 「어린이 독서 활동 진흥법」을 제정하여 법률 차원에서 독서활동 진흥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후 매 5년마다 ‘국가 독서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모든 교육기관에서 독서활동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지역사회, 가정을 모두 포함한 독서 생태계를 강조하며, 특히 “읽는 습관은 가정과 사회 모두가 공동 책임져야 할 과제”임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독서교육이 학교 수업의 일부가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종합 활동으로 접근되고 있다.

운영 철학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은 교육 성취도 평가나 진로지도 등 실용성과 학력 중심의 효과성을 우선시하는 반면, 일본은 독서활동 자체가 인간 형성의 핵심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독서교육은 교과 연계와 입시 연계 중심으로 수렴되는 반면, 일본은 독립된 독서시간 확보, 독서 전담 인력 배치, 전 학년의 독서생활 기록 등의 제도화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중심의 학교 운영 방식 비교

한국의 학교에서는 독서교육이 주로 국어과 교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일부 학교는 아침 독서 시간, 독서인증제, 독후활동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지만, 대부분은 교사 개인의 철학과 역량에 따라 내용과 질이 좌우된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수능 및 내신 중심 수업으로 인해 독서교육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이 학습 공간이 아니라, 방과 후 자율 독서나 시험공부를 위한 장소로 활용되는 현실도 독서교육이 교실 중심 교육과 유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교사의 독서지도 역할을 명확히 제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초등학교는 주 1회 이상 ‘읽어주는 시간(読み聞かせ)’을 정해 교사가 전 학급 학생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며, 이는 학습활동으로 공식 인정받는다. 또한 학교 내 ‘도서담당 교사(図書主任)’를 지정하여 전 학년의 독서활동을 연간 계획에 따라 운영하며, 일본 전역에서 학생들은 매 학기 독서생활기록장을 작성한다. 이 기록은 단순히 몇 권 읽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에 대한 생각, 느낀 점, 연결 독서 제안 등을 포함하며, 담임교사 및 도서담당교사의 개별 피드백을 받는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피드백 체계가 거의 없으며, 독후감 과제를 제출하거나 독서활동 내역을 생활기록부에 간략히 입력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반면 일본은 독서의 ‘과정 중심 평가’를 매우 중시하며, 학생의 독서 성향을 바탕으로 다음 도서를 추천하거나 독서 관련 교과 수업과 연결짓는 등의 맞춤형 독서 지도를 시행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독서활동이 매우 활발하며, 각 학교에서는 ‘독서 주간’, ‘부모와 함께 읽는 날’, ‘책 교환 행사’ 등 가정 연계형 독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또한 일본은 학생 자치 활동과 독서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중학교 이상의 경우, 학생이 직접 독서동아리를 조직해 독서토론회, 추천도서 페스티벌, 책 전시회 등을 기획·운영하며, 학교는 이에 예산과 공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학생 주도 활동은 독서를 생활의 일부로 내면화하는 데 효과적이며, 자율성과 자기주도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구조적 장점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독서동아리는 비교과 활동으로 간주되어 시간과 공간, 행정 지원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비교가 된다.

제도와 문화의 통합적 관점에서 본 시사점

두 나라의 차이는 제도의 유무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바라보는 문화적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일본은 독서를 하나의 ‘사회적 문화 행위’로 바라보며, 이에 따라 법과 제도, 학교 운영, 가정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독서를 ‘개인의 학습활동’으로 인식하며, 국가 차원의 독서교육 지원이 교육행정 내에 제한적으로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도 ‘학교도서관진흥법’, ‘독서교육종합계획’ 등이 존재하지만, 실행력과 현장 적용도 면에서는 일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5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최근 들어 ‘AI 기반 독서 큐레이션 시스템’, ‘전자도서관 통합 플랫폼’, ‘독서 기반 창의융합 수업’ 등 새로운 시도를 진행 중이나, 이들 역시 인력 부족, 교사 연수 미흡, 현장 여건 미반영 등의 문제로 인해 효과적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디지털 전환에도 불구하고 종이책 중심의 ‘직접 읽기 경험’을 여전히 중시하며, 디지털 독서와 전통 독서의 균형 잡힌 병행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읽고 쓰고 표현하기’를 하나의 통합활동으로 인식하며, 교육과정 속에서 이 모든 과정이 평가로 연결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이 일본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독서교육은 교육정책의 부속이 아니라, 독립된 교육 철학과 정책 체계를 가져야 한다. 둘째, 교사의 독서지도 역량은 자격화와 연수체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학교 내 독서담당 교사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교도서관은 단지 공간이 아닌 ‘교육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학교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독서문화 형성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학생이 독서를 자기주도적 활동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활동 기반과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교육이 경쟁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독서교육이 단지 ‘활동’이 아닌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독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함께, 교사-학생-가정-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독서교육 생태계가 필요하며, 이는 단기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 교육의 철학을 반영하는 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독서교육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핵심은, 독서교육은 단지 학습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철학과 국가의 방향성이 반영된 제도적 행위라는 점이다. 일본은 독서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문화행위로 발전시켜온 반면, 한국은 여전히 교사 개인과 학교 재량에 의존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25년 현재, 한국 교육이 교육 격차 해소와 창의적 사고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면, 독서교육은 그 중심 전략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제도, 인력, 문화, 철학이 통합된 접근이 필요하다. 독서는 더 이상 교양이 아니라, 미래 교육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