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교육의 새로운 과제는 ‘교육 격차의 해소’이며, 특히 그 중심에는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의 학습 환경 개선이 있다. 이 중에서도 ‘독서교육’은 단순한 문해력 향상에 머무르지 않고, 사고력, 자기표현력, 삶의 태도 형성까지 포함하는 전인교육의 도구로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농산어촌 지역은 도서 접근성, 교육 인프라, 전문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독서교육에서 소외되기 쉬운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각 지방교육청은 농산어촌 독서지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교육의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현장 중심의 실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현재 농산어촌 독서교육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문제, 정책적 대응, 그리고 실제 학교의 변화된 모습까지 이론과 사례를 바탕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농어촌 독서환경의 현실과 정책 대응 방향
농어촌 지역의 독서교육 현실은 도시와 비교할 때 물리적, 인적, 문화적 측면에서 복합적인 제약을 받고 있다. 첫째, 학교 자체의 규모가 작고, 학급 수가 적으며, 사서교사나 독서 전담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체계적인 독서교육 프로그램이 구성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학교 도서관의 자료 양이나 갱신 주기가 부족해, 학생들이 새로운 주제나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하기 어렵고, 독서에 대한 흥미 유발도 낮은 상황이다. 셋째, 지역 내 공공 도서관이나 문화시설 자체가 부족하여 학교 외부에서의 독서 활동 확장 역시 쉽지 않다. 이러한 복합적 제약은 농산어촌 학생의 독서 경험 자체를 제한하며, 결과적으로 문해력뿐 아니라 사고력, 표현력, 자기주도 학습 역량에서도 장기적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2025년 ‘농산어촌 디지털 독서교육 혁신 계획’을 발표하고, 기존의 종이책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의 융합 독서환경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였다. 핵심은 ‘인프라 + 콘텐츠 + 인력’을 통합 지원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농산어촌 학생들도 도시 학생과 동등한 수준의 독서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교육부는 2025년까지 농산어촌 지역 초·중학교 3,000여 곳에 ‘디지털 독서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클라우드 기반 전자도서관 시스템을 제공하여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태블릿 기반의 ‘개인 맞춤형 독서 큐레이션 앱’을 개발하여, 학생이 자신의 독서 수준과 관심사에 맞는 도서를 추천받고, 독서일지와 퀴즈, 토론 가이드를 자동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하였다.
더불어 사서교사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순회 독서전문강사 파견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농산어촌 거점 학교를 중심으로 ‘책놀이터형 독서교육지원센터’가 구축되어, 인근 학교 교사들과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는 물리적 거리와 인력의 한계를 공동체 기반으로 극복하려는 전략이며,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학교 간 독서공동체가 형성되고, 교육청 주도의 지역 연합 독서프로젝트가 운영되는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단순히 책을 공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독서문화를 정착시키는 생태계 조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현장 중심 실천 사례: 마을과 학교가 함께 만든 독서공동체
경북 봉화군의 한 작은 초등학교에서는 2024년부터 ‘한 학기 한 책, 마을이 함께 읽는다’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지 학급에서 책을 읽는 활동이 아니라, 지역 마을 주민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책에 대한 토론회, 발표회, 전시회 등을 마을회관과 학교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아홉살 마음사전』을 함께 읽은 후,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그림을 만들었고, 마을 주민들은 자신이 어릴 적 느꼈던 감정을 글로 써서 함께 전시하였다. 이 활동은 세대 간 공감의 장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독서가 학교 안의 활동이 아닌 마을 전체의 문화행동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전남 고흥군의 모 중학교는 ‘책 속 직업체험 수업’을 운영하며 독서와 진로교육을 결합했다. 학생들은 진로 주제별 책을 읽고, 해당 직업을 인터뷰하거나 체험해보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나는 과학자입니다』를 읽은 후, 인근 농업기술센터의 연구원을 인터뷰하고, 직접 실험 과정을 체험해보는 수업은 학생들에게 책과 현실을 연결하는 생생한 학습 경험이 되었으며, 독서에 대한 흥미 또한 크게 향상되었다. 교사들은 이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독서 포트폴리오 형태로 정리하여, 생활기록부나 진로기록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했다. 이는 농산어촌에서도 독서교육이 입시와 연계된 의미 있는 학습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충남 금산의 한 중학교는 전교생이 60명 남짓한 소규모 학교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 자치회 주도로 ‘독서릴레이 챌린지’를 기획하였다. 한 학생이 책을 읽고 독서카드를 작성해 다음 학생에게 바통을 넘기고, 릴레이가 끝나면 책 내용에 대해 퀴즈를 만들거나 독후창작물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이 활동은 학급 간, 학년 간 소통을 유도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독서문화가 형성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교사는 이 과정을 통해 독서에 어려움을 느끼던 학생들도 또래의 자극과 응원을 통해 책과 친해질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농산어촌 지역에서도 창의적 아이디어와 공동체 협력을 통해 독서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문제라기보다 운영 주체의 의지와 구조 설계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에는 이러한 우수 사례들을 기반으로 교육청 단위에서 ‘농산어촌 독서문화 혁신학교’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은 15개 학교를 시범 운영 대상으로 선정해 독서공동체 운영비, 독서전문가 인건비, 디지털 독서장비 구축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마을-학교-교육청 간의 수직적 독서지원체계를 넘어, 수평적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학생 주도 독서 동아리, 학부모 독서코치 양성, 지역 작가 초청 강연 등은 학생들의 독서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있으며, 독서를 통한 학습 동기 강화, 정서 안정, 관계 개선이라는 교육적 효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을 위한 미래 전략
농산어촌 독서지원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교육 생태계로 설계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2026년까지 ‘농산어촌 독서교육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그 핵심은 ▲지속 가능한 인력 배치, ▲현장 밀착형 콘텐츠 개발, ▲마을과 연계된 독서문화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교사의 전문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농산어촌 독서교육 전담교사 제도’와 ‘교사 연수 인증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교사는 단순히 책을 읽히는 역할을 넘어서, 학생의 사고를 이끌고, 책을 통해 교과와 삶을 연결할 수 있는 독서 설계자로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교육청 차원에서는 지역별 독서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속가능한 독서 네트워크’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공공도서관, 마을교육공동체, 지역 문화예술기관이 포함되며, 독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 활동이 융합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는 ‘독서-연극-영상’ 프로젝트를 운영해, 학생들이 책을 읽고 각색한 시나리오를 연극으로 제작하고, 이를 지역 축제에서 발표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학생의 창의력과 표현력, 협업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지역사회와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정책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예산이 아니라, ‘현장의 자율성’과 ‘지속성’이다.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기보다, 지역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독서교육은 살아있는 활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농산어촌 독서교육의 미래는 결국 ‘관계’와 ‘지속성’이라는 두 키워드에 달려 있으며, 이는 책이라는 매체의 본질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책은 오래 읽을수록 더 많은 의미를 주고, 관계 속에서 읽을 때 진짜 변화가 일어난다. 교육정책 역시 책처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설계되어야 한다.
2025년의 농산어촌 독서지원 프로젝트는 단순한 교육복지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의 형평성과 본질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며, 책이라는 가장 오래되고 인간적인 도구를 통해, 아이들의 삶을 바꾸려는 시도다. 독서는 교과 지식을 넘어서 생각하는 힘, 공감하는 능력, 표현하는 감각을 기르게 한다. 농산어촌의 학생들이 이 기회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며, 교사와 지역 사회, 교육 당국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다. 책이 있는 교실,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마을,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는 학생이 있는 교육 환경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짜 미래다.